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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본문

생활/경험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나모찾기 2021. 5. 17. 12:27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질문을 통해서 배웠다.

질문과 성취도

심지어 대학생 때 내가 만든 이론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그 학기에서 내가 교수님한테 질문을 10회 이상 한 수업은 학점이 A 이상이 나온다."

 

엉뚱한 질문조차도 뭔가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행동을 한 수업은 결과적으로는 내 성취도(꼭 학점은 아니더라도)에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궁금증과 호기심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엉뚱한 질문을 하려고 해도 뭔가를 알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길잡이 학원

중고등학교 시절에 길잡이 학원이라는 곳에 다녔다.

고등학생 때는 정규 과정보다는 단과 수업을 들었는데 지구과학 중 지질학에 대해 강사에게 물어봤던 것이 기억난다.

정확히 어떤 지질학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아래와 같은 문제였던 것 같다.

수능을 위해서라면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을 했어야 했지만 나는 딴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 딴 것(?)이란 지질 단면도에서 자주 보이는 바위(암)들의 범례였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강사를 찾아가서 혹시 이런 범례에 정해져있는 것을 물어봤다.

강사는 답을 하기 어려웠는지, 아니면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범례에 대한 궁금증은 나중에 대학가서 찾아보고 현재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다."


하지만 난 지질학과에 지원하지 않았고 그 궁금증은 서서히 잊혀졌다. 그리고 찾을 일이 없었고 찾지도 않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지만 결국 그 "나중에"라는 말은 결국 "몰라도 된다."나 "하지 않겠다."라는 의미와 유사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 위의 그림에는 범례가 나와 있다.

개발하자

2021년 5월 16일 (일) 밤 9시 19분에  개발하자라는 슬랙 채널에 어떤 사람이 서블릿에 대한 질문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개인 공부 목적으로 실험을 하나 해보려고 하는데요,
제 지식 범위 내에서 이론상 가능할 것 같은데, 확신이 없어서 질문 남깁니다.
전통적인 servlet 으로 만든 웹 애플리케이션에 스프링 라이브러리를 추가하고 DispatcherServlet 클래스를 servlet 으로 등록하면 스프링 웹과 기존의 servlet 을 한 프로젝트 내에서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요 ?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servlet 웹 서비스를 유지 하면서 스프링 웹 mvc 를 추가한 다음
기존 서비스를 운영 하면서 스프링 코드로 이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혹시 해보신 분이 계시다면 주의 할 점이나 조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에서 회사에서는 나는 방향을 잡아주거나 실제로 내가 해보아서 되는 것을 검증을 해서 결과를 알려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자가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는 것이라면 후자는 내가 직접 고기를 잡아주는 과정을 보여줌으로 간접적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가끔은 고기를 그냥 잡아 던져주기도 한다. 왜냐면 과정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록이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을 택할까 하다가 그냥 첫 번째 방법으로 댓글을 달았다.

일단 해보세요.
지식 범위 내에서 이론상 가능한데 확신이 없다 면 실험을 통해 되는지를 검증해보시면 되지요.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요,,
감사합니다 !

바보같은 질문?!

사실 위에서 대화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학원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질문에 대해 바보라고 판단한 질문자에게 의미가 있는 질문이었다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에 들어봤던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해서 대답했다.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질문을 통해 실행할 용기를 얻었다면 그것만큼 의미가 있는 질문은 없을 것 같아요.

외국 사례들

외국에서는 질문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중 하나가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May I ask a stupid question?)”라고 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 “그건 사실 굉장히 좋은 질문이네요.”라는 말과 함께 대답을 시작한고 박정준 님의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라는 책에 나와 있다.

 

2018년 스크랩된 동아일보의 기사중에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한 달 쯤 앞둔 날, 본인의 아들의 수학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아들이 "바보 같은 질문이겠지만..." 이라며 아들이 선생님한테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이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이란 없다"고 했다고 하자, 아들은 "이건 도대체 왜 배워야 해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선생님은 좋은 질문이라며, 모두에게 그 질문을 다시 던졌고, 그 남은 수업시간은 토론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교육철학중에 "수업은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서 완성된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질문이 없는 교실은 "반쪽 교실"이라고 한다.

한국은?

아내는 초등하교 교사이다. 여느 교사처럼 교육학을 공부했다.

아내 역시 수업에서 질문에 대해서 중요하다고 공감을 해주었다.

 

나는 2021년 2월부터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있다. 나는 음악 레슨에서도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끔 선생님을 당황하게도 하는 것 같다. 아티큘레이션이 뭐에요? 같은 질문은 마치 사과를 보고 사과가 뭐냐는 질문과 같이 다가 간 것 같다.

2021년 3월 11일 레슨에서 비브라토를 처음 배웠다. 이때 선생님을 당황하게 하는 나의 질문..

"왜 비브라토는 하는 것이에요?"

선생님은 딱 부러지게 답변을 해주시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은 바이올린 카페에 물어보게 되었고 어떤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일종의 기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