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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생활의 지혜

[관점] 레슨과 신뢰관계

나모찾기 2020. 8. 31. 15:40

나의 이야기는 아니고 활동하는 카페에 올라온 고민 글이다.

레슨을 하고있는데 아이 어머니께 숨고 요청서를 받았어요.
한마디로 다른 선생님을 알아보시는데 제가 알게 된거죠
그래서 숨고에서 다른 레슨 선생님 구하시냐고 여쭤봤는데 대답이없으시네요.
제가 먼저 그만두고싶은데 지혜를주세요.
아이가 너무 흥미없어하고 힘들어해서 이해는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일단 레슨을 진행중인데 자기 자신(선생님)에게 이야기 없이 다른 선생님을 구하는 의사를 알게 되고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이다.

카페에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선생님들의 관점에서 댓글이 달렸다.

 

F: "이런 경우 정말 기분이 안좋죠. 학부모님과 대화 해보시고 적당한 이유로 그만두시는게 맞을거 같네요"

V: "저라면 기분나빠서라도 다시 짚어서 물어볼거같아요."

B: "헐..난감하시겠어요ㅠ 근데 이미 학부모님께 여쭤본거면 계속 수업진행하기는 어려워보이네요ㅠ"

V: "아이고... 기분 나쁘시겠다ㅠㅠ 위로하고 싶어요. 레슨하다보면 이런저런일 다 있더라고요. 인연이 아니다 생각하시고 전화해서 직접 말씀나눠보세요. 대화해보시면 의외의 변수로 잘 풀리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먼저 레슨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시고요"

P: "그냥 개인사정이 있어 그만둔다고 하세요...ㅎㅎ 이미 상호 신뢰가 깨졌는데 서로 피곤하기만 할것같아요 ㅠ"

G: "음..일단은 어머님께 레슨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물어보시고 생각을 들어본 후 안맞는 부분이 있으신것 같으니 레슨을 그만 하신다고 하는게 좋을듯 하긴해요."

N: "이름 동네 나이 까지 같다면 뭐 물어볼필요 있을까요 서로 기분만 나빠지는데..."

 

반면 중립적인 의견도 달렸다.

K: "'라떼' 풍으로 들리시겠지만 세상일이 그렇습니다. 기분은 안좋으시겠지만 모른 척 하시고 그만해달라는 얘기를 직접 들으실 때까지 그냥 가르치시라고 조언해드리고 싶네요. 이런저런 변수라는건 어디서나 생길 수도 있고요."

 

나는 위의 케이스를 이직하는 케이스로 바꾸어보았다.

팀장을 하고 있는데 팀원이 이직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는데 제가 먼저 알게된거죠
사람인에서 다른 회사 구하느냐고 물어봤더니
팀원이 대답이 없네요. 먼저 짜르고 싶은데 지혜를 주세요
원래도 팀원이 너무 일에 흥미없어하고 힘들어해서 이해는 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일단 이상하다.

단지 이직 준비를 했을 뿐이고 이직 의사를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보고 팀장을 자르겠단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인데 왜 기분이 안좋아야 할까?

나의 첫 이직 경험담

나는 첫 회사를 7년동안 다녔다.

내가 입사했을 때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팀 빌딩을 같이 해야 하는 조직이라 정이 많이 들었기도 하다.

회사가 오래되어 약간 "가족 같은 회사"의 느낌이 들었다.

조직은 커졌고 내가 처음 입사 했을 때보다 단순 인원 규모상으로 10배가 넘게 커졌다.

 

때마침 친구가 자기가 이직 준비를 하는데 같이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거기에 응했다.

인터뷰는 서류, 전화면접, 기술면접 등의 순서로 있었다.

 

전화면접은 회사의 전시장이 있어서 조용한 시간에 응시했는데 문제는 기술면접이었다.

제조업이 기반한 회사라 연단위로 근무일력표라는 표가 있어 쉬어야 하는 날을 회사가 미리 계획해 놓기에 연차라는 개념도 없었다.

이런 계획적인 회사에서 연차를 쓴다는 것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광고를 하는 격이었다.

 

물론 사정을 꾸며낼 수도 있었겠지만 면접 간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연차를 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팀장의 면담이 계속 되었다. 나는 그냥 이야기를 들었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았을 뿐이다.

기술면접은 통과가 되어 최종 면접까지 갔고 그 이후에 합격을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기회인 것 같아서 퇴직원을 제출했다.

문제는 팀장이 퇴직원이 결제가 되어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가서 결제 언제되냐고 물어보고 그러면 면담하러 갔다.

몇 번을 지루할 정도로 반복했고 다행히 한 달이 되기 전에 퇴직원은 결제가 났다.

두 번째 이직

그래서 두 번째 간 회사는 서비스 기반의 회사였다. 나름 핵심적인 부서에 발령이 되어 만 3년 동안 근무하다 또 이직을 했다.

여기는 외국계 회사라 그런지 이직할 회사가 정해지고 퇴직 의사를 밝혔는데 감정적인 소모 없이 바로 OK 처리 되었다.

첫 회사의 힘들었던 이직이 여기서는 왜 그리 쉬웠을까 생각을 해본다.

 

가족같았다는 그 회사에서는 재미있는 행사들이 많았다.

주5일제 근무를 했음에도 토요일에 산에 올라가거나, 경의중앙선을 타고 팔당에 가서 도보로 회사까지 걸어서 오는 단합대회 같은 것을 하기도 했다. 당시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지만 세 번째 회사를 다니는 지금 생각해보면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첫 직장에서는 직원을 마치 자기가 책임을 지는 자식처럼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시대에 회사란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일종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라포르(rapport)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보면 라뽀(rapport)라는 프랑스어가 어원인 용어가 나온다.

의사와 환자간의 상호신뢰관계가 생겨야 긍정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한 전제요소로 자주 언급된다.

 

원래 카페의 문의 글로 돌아가 어디에서 이 라뽀가 깨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선생님을 알아본 것",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는 것" 등 여러가지 여지가 있다.

라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면 아이의 부모가 다른 선생님 바꿔볼까 했다면 "아냐, 나 이 선생님 좋아"라고 반대 의견을 냈을 것이다.

아이의 부모랑도 라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면 바꾸고 마음을 먹기 전에 미리 상담을 하고 이야기를 진행했을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다른 곳에 간다면?

나도 지금 레슨을 받고 있다.

만약 선생님이 유학을 가거나 결혼 등으로 더 이상 레슨을 받지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나는 어떨까?

지금 생각에는 다른 곳에 가시더라도 섭섭하기는 할지라도 마음 상해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축하해주고 응원을 해드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