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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생활의 지혜

내가 생명 보험을 들지 않는 이유

나모찾기 2017. 3. 9. 09:50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하니 주변에 보험을 한다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주변의 친구, 아니면 학교 선배 등 인맥이 있는 사람의 직접적 혹은 한 다리 건너 간접적으로 내 개인정보- 정확하게는 이름과 관계와 휴대폰 번호 - 가 넘어가서 연락이 왔다.


처음 보험 영업을 - 그들 말로는 상담 - 받았을 때는 영업사원이 참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서 칭찬을 해주었다. 물론 열심히 듣고 - 심지어 MD로 녹음을 했다! - 결국은 가입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MD 플레이어가 고장이 나서 무슨 내용을 했는지 다시 들어볼 수는 없지만 기억이 남는 것은 지금했던 내용은 기억이 남지 않고 이미지만 기억이 남을 것이라는 영업 사원의 말만 기억이 남는다.


어떤 이유인지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생명 보험 영업사원이라는 것이 '인맥을 팔아 귀찮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졌다.

주변에 보험회사에 취업을 했던 가족, 친구들을 보아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영업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A모社에서 1년 정도를 일한 처남의 말로는 1주일에 3명씩 가입을 시켜야 한다는 영업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보험사를 나와 일반 회사에 취업을 했다.


네이버 메모에 내가 지하철에서 메모를 해놓은 글 중에 '보험을 안드는 이유'라는 제목의 두서없이 적은 메모가 있다.


아마 처남이 보험회사 다닐 때 친분이 있던 회사의 선배가 가족 중에 보험을 안드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후에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서없이 적어서 안드는 의지는 있는데 뭔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최근에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뭔가 더 그럴싸한 이유가 생각나서 기록한다.


인류학자 앨런 피스케(A.Fiske)는 도덕화를 네 가지 관계 맺기 모형(relational model)을 들어 설명을 한다.

1. 공동체적 공유(Communal Sharing)

2. 권위서열(Authority Ranking)

3. 동등성(Equality Matching)

4. 시장가격/합리적-법적


자세한 것은 Relational Models Theory논문 'The Four Elementary Forms of Sociality' 참고.


p.1069

생명 보험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에 금전 가치를 부여한다는 생각 자체에 격분했다고 한다.

Zelizer, V. A. 2005. The purchase of intimacy. Princeton, N.J. : Princeton University Press.


http://digitalcommons.law.umaryland.edu/cgi/viewcontent.cgi?article=1770&context=fac_pubs

This crossover popularity is pos-sible because of the extraordinary breadth of Zelizer's expertise, encompassing such diverse topics as life insurance, adoption, and adult intimate relation-ships (Zelizer 1979, 1985, 1994).


아내에게 남편이 죽을 확률을 따지게 한다는 점에 분노했다. 그런 생각은 사실 생명 보험을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묘사한 표현들이다. 그래서 보험 산업은 광고를 통해서 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설정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책임감 있고 점잖은 행동인 것처럼 그렸다. 혹시 그가 세상에 없더라도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게 해 주는 수단이라고.




이러한 분노는 위에서 언급한 관계 맺기 모형에서 공동체적 공유 모형에서 시장 가격 모형으로 전환을 했기 때문이 그 이유이다.


아래 농담을 인용하면 쉽게 이해가 가능해진다.

우디 앨런은 이렇게 농담했다. "나는 내 금시계가 아주 자랑스러워요. 할아버지가 임종 하시면서 나한테 판 물건이죠."

처음에 우리는 정서적으로 소중한 가보를 그냥 물려주지 않고 팔았다는 점에 놀란다. 더구나 그걸 판 사람은 팔아 봐야 이득을 누릴 수도 없다. 농담에서 모순을 자아내는 첫 기준계는 기존에 널리 인정되는 관계 맺기 모형일 때가 많고, 우리는 그 모형을 벗어나야만 농담을 이해할 수 있다.


18세기 작가 메리 워틀리 몬터규는 "풍자는 예리한 면도날처럼/ 느끼지도 보지도 못한 사이에 상처를 내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풍자가 너무 예리하다면 자극에 분노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2005년에 덴마크 일간지 <율란드 포스텐>의 만평 때문에 폭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한 만화에서 마호메트가 천국에서 새로 도착한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들을 맞으면서 "스톱, 처녀가 다 떨어졌네!"라고 말했다.)


공동체적 공유 모형에서 시장 가격 모형으로 가치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인 차원을 넘어서 법적인 영역까지도 도달한다.

그 예가 돈을 받고 입양을 하는 것을 포함한 인신매매, 장기매매 등이다.

형법 제289조(인신매매) ①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7조(장기등의 매매행위 등 금지) ①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다른 사람의 장기등을 제3자에게 주거나 제3자에게 주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2. 자신의 장기등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의 장기등을 자신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약속하는 행위

3. 제1호 또는 제2호의 행위를 교사ㆍ알선ㆍ방조하는 행위


대한민국에서 입양이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시장 가격 모형이 되는 순간 불법이 되는 것이다.


법과 도덕은 둘 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다. 도덕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회구성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원칙 같은 것이다. 도덕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행동의 원칙 같은 것이다.

하지만 도덕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문제이다.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바른 마음이라는 책에서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에 대해 논의한다.


결론은 내 도덕성에서 생명 보험은 1760년 시절에 있는 것 같다.